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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사망자는 열일곱. 생존자는 한명입니다."

 

  흑색의 제복을 입은 남자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사무실의 찬 공기를 울린다. 바닥을 응시하던 그는 창가에 서있는 또다른 남자, 그의 상관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남자가 그의 사무실에 들어올 적부터, 그는 눈이 올 듯 흐린 품을 한 하늘에 시선을 빼앗겨있었다. 건조한 시선으로 창가를 한 번 바라본 그는 이윽고 적막을 깬다.

 

"생존자, 에단 블레이크는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상태입니다만 생명이 위태롭지는 않다고하니, 깨어난 후 심문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남자가 말을 마치자, 그의 상관은 뒷짐을 진 채 그를 향해 몸을 돌린다. 같은 자들의 소행인가, 상관의 연륜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흐릿한 하늘을 닮아있다.

 

"예. 같은 집단의 소행으로 추정, 현재 새로 파견할 부대를 꾸리고 있습니다."

 

  그의 대답에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 상관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차려자세를 한 채 침묵을 지키는 남자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과거로 그를 이끄는 의식에 몸을 맡긴다.

 

 

 

* * *

 

 

 

  페라이(Feray) 지역은 올겨울 들어 가장 소란스러운 지역이었다.

  열흘 전, 페라이 지역의 한 저택에서 스무구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이 시신은 모두 마법사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마법 범죄자들을 쫓는 백결대는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파견하으나, 바로 어젯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대원들 중 한 명의 대원을 제외한 모든 대원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것이다.

 

  연속되는 사건에 백결대는 분주해졌다. 그들은 사망한 대원들이 조사하던 서류를 받아 자료를 파악하고, 새로 파견을 보낼 부대를 꾸려야했으며,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중상자, 에단 블레이크를 치료해야했다. 또한, 첫번째 사건과 두번째 사건을 분석해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추려내야 했다.

 

 

 

* * *

 

 

 

  똑똑.
  지나치게 바빴던 지난 며칠을 회상하던 그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다. 남자의 상관은 고개를 끄덕였고, 생각에 잠긴 상관을 대신해 그는 문 너머에 있는 자를 향해 뒤돌며 말한다.

 

"들어오십시오."

 

  문을 열고 들어선 여성은 남성과 상관에게 경례를 한다. 고개를 숙인 탓인지, 창을 거세게 흔드는 저 겨울 바람 때문인지, 그녀의 머리카락은 잔뜩 흐트러져 있다. 이윽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을 때, 남자는 깨닫고 만다.
  또다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긴급입니다. 에단 블레이크가 실종되었습니다."

 

  놀란 듯 흠칫하며 남자는 고갤 돌려 그의 상관을 바라보았으나, 상관은 어떤 미동도 없다. 대령님, 남자가 부르는 소리에도 그는 대답이 없다.

 

  창 밖, 흐린 하늘이 어느새 눈을 뿌리기 시작하고, 짧은 티타임을 가질 만큼의 시간이 흘렀을 때, 그의 상관, 대령은 마침내 말문을 연다.

 

"내 한가지 제안을 하지."

 

 

 

* * *

 

 

 

  달칵.
  닫힌 문에 기대어선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뱉다. 겨울의 찬 공기가 가슴을 가득 채우는 느낌에 머리가 맑아진다. 창 밖의 눈발은 흑색의 제복 코트를 벗어 막을 수도 없이 굵어져있다. 남자는 창 밖을 바라보다, 이윽고 생각에 잠겨 계단으로 향해 1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검은 워커가 뚜벅뚜벅 소리를 울리고, 남자는 그 고요한 소란을 아래로 잠겨간다.

 

'심증이 있는 마법사들을 모으세.'

 

  오랜만이었다. 환갑을 바라보는 대령은 이제 젊었을 적의 그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남자는 대령의 그 눈빛과 마주했다. 마흔 줄의 남자는 오랜 시간 대령의 하관으로 지내며 수없이 그 눈빛을 받아보았지만, 오늘의 눈빛은 퍼렇게 선 칼날처럼 잔뜩 날이 서있었다. 부대 하나가 날아가버렸으니, 대원들을 아끼는 대령으로써는 화가 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심증이 있는 마법사들 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만을 추려. 증거가 없는 현재로서는 그들을 체포할 수도, 형을 살게할 수도 없으니. 번견을 감시하듯, 끌고 다니며 주시해야하지 않겠나.'

 

'부대를 편성하고 있다 하였지. 새 부대와 함께 페라이로 보낼 마법사들을 모아, 그들의 목을 죄는 고삐를 새 부대에게 쥐어주게나.'

 

'그리고 증거를 잡는 순간, 고삐를 당기게 하세. 필요하다면 목을 베어도 좋아.'

 

'새 부대의 창설 목적은, 한가지만이 아닐세.'

 

  어느새 머리 위로 눈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비밀스런 대화는, 소복히 쌓일 눈이 덮어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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